박흥식 감독의 데뷔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근무하고 있는 은행의 말단 행원과 보습학원의 강사를 전화걸 상대가 없다는 사실에 속앓이하는 "싱글"로 내세워 이들의 미세한 감정선을 좇는 코믹멜로물이다.  매일 출근해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일상에 부대끼는 은행원 봉수(설경구)는 남몰래짝사랑을 키워가는 학원강사 원주(전도연)의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자신의 반쪽을 그리워 하며 길거리를 헤매던 봉수가 어느날 우연히 은행 CCTV녹화 화면을 되돌려보다 자신을 향하는 원주의 마음을 읽고 난후 오랜 방황을 끝내고 사랑의 종착역에 다다른다.  마음이 딴데 가있는 이웃집 총각, 그를 향해 혼자 애태우는 건넛집 처녀가 먼길을 돌고 돌아 사랑에 빠진다는, 별다를 것 없는 사소한 연애 성공기에 불과해 보인다.  이렇듯 평범한 연애담 같은 이 영화의 강점은 의외로 꽤나 오랜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비비 꼬아놓은 운명의 장난은 아예 발들여놓을 공간을 없앴다. 대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에 골인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뒤따라가며 그들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놓치지 않고 드러내 보여준다.  잔재미도 빼놓지 않고 곁들여놨다. "재미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감독의 영화관을 보여주듯 코믹한 대화가 중간 중간 녹아 있어 수시로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반을 치달으면서 추력을 잃은 듯 다소 비틀거리는 가하면 따분한 두 남녀의 일상을 되풀이해서 보여줌으로써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제작 싸이더스 우노필름.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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