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여성이 주례를 맡은 결혼식이 열려 여성계의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울산 동구청 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천성권씨(현대중공업)와 서수희씨(피아노학원 강사)는 남녀를 떠나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모범적인 어른을 주례를 모시고 싶다는 데 합의하고 신랑의 부모와 누나가 평소 잘알고 지내는 울산시이숙자 보건복지국장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이숙자 국장은 "여성이 주례를 서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신랑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에다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으로서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기꺼이 응했다"고 말했다. 이국장은 평소 검소하기로 소문나 있지만 이날 만큼의 신랑신부의 첫출발에 어떤 꺼림직함도 없도록 해주기 위해 "핑크빛 투피스"도 장만했는가 하면 성혼선언문에 이름자 쓰는 것도 가정이 화목한 서예가를 찾아가 부탁하는 성의를 기울였다. 이국장은 이날 주례사에서 "그동안 가족간의 사랑을 나눔에 있어 수동적이었겠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 뿐만 아니라 양가가족과 이웃들에게까지 능동적으로 사랑을 베풀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국장은 국회의원 사무국의 여성부장을 오래 지냈고 대학강단에서 강의도 했기 때문에 웬만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지만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젊은 사람들의 결혼식 주례를 하는 것이 "몹시 긴장되었다"고 회고했다. 이국장은 이날 결혼식에서 두가정의 부모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장인을 신랑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안아주라고 주문하는 등 여성의 섬세함으로 화기애애한 결혼식을 이끌었다. 정명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