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는 해다. 올 한해동안 개막식과 월드컵 문화행사를 완전하게 준비해두어야 한다. 울산시는 월드컵문화행사의 주제로 "울산의 불꽃, 세계의 빛"을 선정했다. 불과 빛은 공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과거부터 현재, 미래로 연결시키는 컨셉이다. 오늘의 울산이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산업수도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역사성을 들어 증명해보이는 일이기도 하다. 본보는 2001년 새해에 울산의 과거와 현재 속에서 "불과 빛"의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는 현장을 찾아 소개하는 "울산의 불꽃, 세계의 빛-불과 빛의 문화를 찾아서"라는 연재를 시작한다. 1. 프롤로그울산은 삼한시대부터 쇠를 생산했던 곳이다. 철생산지가 달천을 비롯한 곳곳에 있었고 그 곳에서 쇠를 녹여 판장쇠를 만드는 쇠부리가 성행했던 곳이다. 불로 철을 녹여 판장쇠를 만드는 과정을 민속놀이로 재현한 쇠부리놀이와 노동현장에서 불려지던 민요가 전해지고 있다. 불의 역사는 조선 때는 언양의 도요지에서, 근대에 이르러서는 국내최대 규모의 남창의 옹기골에서 흙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선정되면서 조선소와 자동차의 용접불꽃으로, 석유화학단지의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연결되면서 공업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제품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접에서 발생하는 찬란한 불꽃은 공업과 울산의 상징이다. 산업의 특징상 365일 화려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 석유화학업체는 한 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그곳은 마치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밝혀놓은 것 같다.또 올해는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육지해안으로 간절곶의 일출이 부각되고 울산앞바다에서 가스가 생산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 역시 미래지향적인 빛과 불의 상징물이 된다. 울산의 대표적 음식인 불고기 역시 불을 먹거리문화에까지끌어들이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울산은 공업화로 새로 태어난 도시로써 현재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업화와 함께 새로 태어난 30여년을 지난 5천여년 보다 더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울산의 공업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면서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문화로 흡수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울산시가 월드컵 문화행사 주제로 "불과 빛"을 선택한 이유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월드컵 축구경기에 대비해 칸타타 "울산찬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합창지휘자인 나영수씨, 극작가 이강백씨, 작곡가 이건영씨 세사람이 만드는 "울산찬가"의 주제도 불과 빛으로 엮어진다.  이미 대본을 완성한 이강백씨는 "울산의 역사를 훑어본 결과 울산의 조상들은 불을 능숙하게 다루었고 그 불의 전통은 오늘날 울산공업단지에 계승되어 더욱 발전하고 있다"며 "천전리 각석을 비롯한 선사시대 유적에서부터 오늘날 현대문명의 메카 울산의 심볼인 공업탑에 이르기까지 울산과 관련된 설화, 사건, 장소, 인물을 빛과 불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가 찾아낸 울산의 불과 빛의 문화는 보다 상징적이다. 향토사연구가 이유수씨가 그의 저서 "울산향토사연구"에서 밝힌 "개벽잔정설화"도 그는 빛의 상징으로 꼽는다. 이유수씨가 주장한 개벽잔정설화는 "아득한 옛날 천지개벽할 때 온땅이 물로 덮였으나 울산의 문수산은 문한짝을 얹을 만큼, 함월산은 함하나 얹을 만큼, 매봉산을 매한마리가 앉을 만큼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이강백씨는 이는 물에 잠기지 않은 높은 산의 봉우리는 언제나 밝고 환환 빛이 비추는 곳으로 울산지역에 살던 먼 조상들이 빛을 숭상했다는 표징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해안에 위치한 울산의 특성을 살려 등대와 봉수대도 빛의 이미지로 끌어내고 박제상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김씨부인의 마음을 불덩이로 받아들인다. 울산찬가는 "빛과 불의 도시/ 울산이여/ 빛은 더욱 찬란하고/ 불은 더욱 휘황하게/ 세세토록/ 영원무궁하여라"고 끝을 맺고 있다.  울산시는 월드컵 축구경기때 축하 문화축제로 불과 빛은 소재로한 "울산만트라"를 계획해놓고 있다. 반구대암각화에서 생명의 불이, 간절곶에서 인간의 불이 채집되어 태화강변에 형성된 테크노 광장에서 만난다. 선사의 빛이 현대산업의 불과 만나 21세기의 새로운 빛을 형성한다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태화강변에서는 울산교를 소리의 다리, 태화교를 빛의 다리로 꾸며 볼거리를 제공하고 2002명의 시민들이 상생의 횃불을 하늘 높이 올리는 퍼포먼스도 연출된다. 정명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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